부제 : 이스라지의 대모험.
대 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대모험.
여기서 체력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리 적어두지만, 이번 글에는 성지 얘기 없음.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터를 잡았던 곳은 지금 사는 곳과는 아주 많이 떨어진 곳이었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근처에 살았었는데
나중에 이사하고 보니 그 근처에 엄청 유명한 빵집이 있었는데도 몰랐고
왔다 갔다 하면서 서울 성곽을 도는 길이 있습니다 하고 쓰인 표지를 보면서도 가본 적이 없었다.
낙산성곽에 올라본 건 거기서 이사하고서 한참 뒤의 일인데
걸은 적은 없고 그냥 포토존 근처까지 이동해 잠깐 올라갔다 온 게 전부이다.
이걸 좀 우습게 봤다...는 게 첫 번째 문제점.
그 첫번째 문제점을 유발한, "나는 저단기어가 없어!"가 두 번째 문제점이었다.
(그 때문에 발생된 문제점을 세번째로 넣는다면 배고픔이 될 듯.)
변명을 하자면, 식당이 많은 곳에서는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 낙산성곽의 오르막을 오르면서, 저단기어가 없는 내 바디가 심각하게 헉헉거렸고
덕분에 급격하게 허기지기 시작했는데
성곽에 밥집이 어딨어.... 그래서 꿋꿋하게 그냥 걸었다.
나중에 성곽에서 내려 와 혜화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거의 대부분의 식당들이 브레이크타임에 들어가
결국 나는 아무것도 못 먹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아무튼
서울 산 이래 처음으로 낙산성곽을 걷게 되었다.







옛날 사람들 참 잘 걸어다녔구나, 싶은 쓰잘 떼기 없는 생각을 하면서 오르고 오르고 또 올랐는데
중간중간, 이런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주차는 어떻게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경사도 보였고
눈 오면 집에서 못 내려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동네도 있었다.
해님 바람 싸움의 나그네처럼 하나씩 벗어가며 손에 들고(덕분에 없던 짐이 생겼다!)
헉헉에서 으헉으헉 하며 올랐더니 내가 살았던 동네가 쫙 펼쳐졌다.
폐가 터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쳐서 포토존이라는 곳에서 잠깐 쉬었다.
앉으면 못 일어날 거 같아서 서서 서성거리다가 이제는 내려오는 길로.
이젠 좀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웬걸, 오르막을 오르면서 에너지 고갈로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여기서 뭘 먹어... 왜 이 타이밍이야.... 하고 생각하면서 투덜투덜 내리막길을 내려왔는데
놀이광장이던가, 그 곳을 지나니 아주 급경사라서 트래킹화 안에서 발가락들이 경사 때문에 오므라들고 있을 정도였다.
급경사가 끝날 무렵 성곽길이 없어져서 계단을 따라 내려왔는데
뭔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례길 앱과 카카오맵을 확인했는데 내가 가야 할 길은 계속 성곽길이었고
내가 서 있는 곳은 성곽길 시작점이라고 쓰인 곳이었다.
... 성곽길이 없었는데?
다시 올라갔다.
겨우 내리막이라 편해졌다 생각했고 이미 배가 고파 힘이 없었는데 다시 올라가야 했다.
다시 올라 안내판을 봤더니,
성곽안쪽길은 여기서 끝이고 성곽길을 걷고 싶으면 놀이광장 옆 암문으로 나가서 바깥쪽길을 걸으면 된다
고 씌여 있었다.
........아 놔!!!
그 경사를 발가락 아파 가며 내려왔는데!
그 경사를 다리 아파 가며 올라가야 한다고!? 다시???
씩씩대면서 올라갔는데, 다섯 걸음 걷고 헉헉거리기를 반복했더니
운동 나오신 동네 주민들께서 이상한 놈 보듯 나를 보셨다.
300m가 왜 그리 먼지...
겨우 올라가 아주 조그만 암문을 통과하여 성곽 바깥쪽 길로 다시 걷기 시작했고
내리막+평탄한 길이었는데도 머리와 다리가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 들 무렵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마침 눈앞에 나타난 369 카페에 들어갔다.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고 디저트도 판다고 써져 있었는데
정말 안타깝게 디저트는 없었고.
청귤 에이드 한 잔 마셨다.
하늘이 참 파랗더라고.
그렇게 시원한 당을 섭취했더니 머리도 다리도 좀 감각이 돌아오기에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제야 내 오른쪽 옆에 있는 동네가 보였는데 삼선교X길 이렇게 써진 걸 보니 예전에 내가 살았던 집이 생각났다.
그땐 그냥 작은 집에서 결로 생기는 것에 너무 짜증 내면서, 길 바로 옆에 붙은 대문에 조금 불안해하면서 살았는데
그것도 이젠 예전엔 그랬네 하면서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혜화문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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