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아직 읽는 중. 초반이다.
그리고 이 글은 책 감상문이 아니다.

이사 날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을 체크하느라고 나갔다가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교보문고에 가서 보이는 책 하나를 집어왔다.
제목이 인상깊기도 했고(표지는 별로여...)
최근 이사 때문에 집정리를 하면서 나 역시도 저 생각을 좀 했기 때문에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집어 왔다.
읽는 중이라서, 다 읽고 나면 감상문을 다시 써야 될 것 같긴 한데.
어떠한 작은 일 때문에 불현듯 한 깨달음으로 저자는 옷 사기를 그만뒀단다.
그 후에는 중고를 사거나 어머니 옷을 물려 입거나.
나의 경우는...
나는 옷뿐만 아니라 뭐가 됐든 엄마나 고모 그리고 아버지나 동생의 물건을 물려받아 쓰는 걸 좋아한다.
종류는 관계없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부모님 혼수품을 지금 내가 쓰고 있다. 찻잔, 커피테이블 등등.)
어릴 때부터 누군가가 물려주는 옷들도 거리낌 없이 입었고
중고딩 때는 아버지의 점퍼를 아버지가 입지 않으시는 날에는 내가 입고 다녔다(으아닛, 그 시절에 오버핏?!).
지금은 엄마나 고모가 지금의 내 나이에 입었던 옷들을 물려받아 입고 있고
나보다 더 젊었을 시절의 옷 중에서는 고쳐 입은 것도 있다.
거기에 보태서, 동생의 체격이 커지면서 입기 애매해진 옷들을 나에게 넘겨주면 그것도 잘 입고 있다.
그런데 옷을 샀던 것은
일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청바지.
핏이고 뭐고를 떠나서, 물려받은 게 없기 때문에.
그리고 두 번째로는
대한민국의 날씨가 변했기 때문에, 라고 하자.
타고난 피부가 영 별로라서 면 티셔츠를 좋아했다.
저렴한 면 티셔츠를 즐겨 입었고, 빨아야 할 때면 세탁기의 삶음코스나 아가옷코스로 팍팍 빨아서 말려 입곤 했는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너무 덥고 너무 습한 날씨 탓에
티셔츠가 내 땀을 흡수하고는 잘 마르질 않아서 오히려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습한 철에는 빨아도 잘 안 마르고..
장거리 여행 때문에 트래킹화가 필요해서 등산복 브랜드에서 하나 구입하면서
배송비 뺄 요량으로 기능성 티셔츠를 두 장 구입했는데
그 티셔츠 두 장이 면 티셔츠에 넘어가 있던 내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시원하고, 통풍 잘 되고, 세탁 후에 잘 마르고, 가볍고.
그 뒤로는 목 늘어나면 기능성 티셔츠, 소매 늘어나면 기능성 티셔츠로 바꿔 구입하게 됐다.
거기에 겨울이 너무 추워졌다.
나는 사실 패딩도 싫어했는데(동물권 운운하는 어마어마한 이유가 아니다. 둔해 보여서 싫었을 뿐.)
둔해서 보기 싫다고 우기고만 있기엔 너무 추웠다.
집에서 나를 부르는 별명이 얼음구멍에서 나온 언 병아리인데(줄여서 언병아리)
한겨울에만 덜덜 떨던 언병아리는 점점 겨울 내내 오돌오돌 떨며 살아야 했다.
그래서 또 타협 본 게 기능성 의류.
처음엔 가볍게 기모가 들어있는 청바지였는데
이 갈리게 추워질수록 점점 더 기능성 옷을 찾게 됐다. 금은박이 들어 있어 보온력 엄청난 바지나 패딩 같은 것들.
나도 모르게 그렇게 사다 보니, 덕분에 춥지 않고 덥지 않게 살고는 있었는데
이번에 집을 정리하면서 보니까 한 2~3년 전혀 입지 않았던 옷들을 발굴(!)했다.
이게... 다른 사람들 기준으로는 모르겠는데 내 기준으로는 너무 많았다.
내가 이렇게 옷이 많다고? 미쳤나? 싶은 기분.
일단 가족들에게서 물려받은 옷은 빼두고
계절 무관하게 다 꺼내놓고 근 3년 동안 한 번도 안 입은 옷들을 전부 솎아냈다.
그리고 입긴 입었는데 왠지 앞으로 손 잘 안 갈 것 같은 옷들도 전부 뺐다.
그 옷들을 전부 팔았다.
중고거래는 안 하는 사람이라(이건 나중에 따로 글을 써보도록 하자!) 헌 옷을 매입하는 곳을 찾아서
거기에 라면 박스 크기의 상자로 여섯 박스 정도를 팔았다.
미쳤네.... 좁은 집에서 풀소유를 하고 있었네.
부피와 내 기대치에 비해서 적은 금액으로 책정되긴 했지만 그 아쉬움보다
집과 내가 소유한 짐이 가벼워졌다는 데에서 엄청난 해방감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이번 겨울 춥습니다 를 대비하여 세일 기간에 산 등산용 기모후드 티셔츠를 끝으로
적어도 당분간(그 당분간이 어느 정도일지는 나도 모르지만)
더 이상 의류소비는 없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돈도 아끼고, 이사 때 들고 다녀야 할 짐도 줄이고.
어차피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니 아직도 남은 옷이 차고 넘친다.
오늘 사 온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앞부분을 좀 읽었는데
나야 뭐,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이유로 옷을 그만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데에서 출발했는데
저자는 햇수로 5년 정도 옷을 사고 있지 않고 있단다.
환경문제 때문인데,
책에 적힌 내용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하게 옷이, 패션산업이 환경에 해를 끼치고 있었다.
내가 보낸 여섯 박스는 지구에 어떤 독이 되었을까 생각하니 매우 미안해지면서
동시에, 춥다고 덥다고 했던 내 소비 때문에 더 추워졌고 더 더워졌을 거라 생각하니 뭔가 굉장히 송구해졌다.
환경을 소중히! 라고 외치고 다니는 환경론자는 아니지만
가급적 지구에 해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의외의 방향에서 내가 아주 거대한 응가덩어리를 지구에 투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책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
내일 중으로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진짜로! 더 이상!
옷 안 살 거야!!!
요가 레깅스 말인데 늘어져서 궁뎅이에 빵꾸 날 때까지 입어주겠어!!!!
(...그렇게까지 열심히 수련을 할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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