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었던가, 두통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머리가 아팠던 적이 있었다.
오른쪽 관자놀이 쪽을 도려내어 버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팠고
그날은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다면 응급실이라도 갔을 텐데
머리를 움직이는 순간 통증과 더불어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나를 덮쳤었고
눈을 뜨면 왼쪽과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가 확연하게 달라서 그건 그것대로 아찔했었다.
퇴근할 때 동생이 사 왔던 약을 먹고 다음 날 오전에 겨우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그 이후로 왜인지, 평생 없었던 편두통이 생겼다.
동생이 사왔던 약 둘 중 환약은 이름이 기억이 안 났고
다른 하나만 겨우 기억해서 그 약을 상비약 삼아 먹곤 했는데
언제나 그 약이 효과가 있는 건 아니었다.
타이레놀 같은 건 효과가 전혀 없었고...
없던 병이 생겨 식구들이 많이 염려했는데
그래도 다행스럽게 그럭저럭 약으로 버틸 정도라서 병원 안 가고 적당히 넘겼었다.
그랬던 것이 지난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이거 좀 심상찮은데 싶었는데
상비약이 전혀 듣질 않아 멍하니 하루를 날렸다.
그래도 하루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앉는데
이 날은 새벽녘에도 통증이 심해서
자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상태로 밤을 보냈다.
아침에도 통증은 여전히 계속 되어
엄마가 알려주신 정보-편두통엔 신경외과를 기억해 내고 집 근처에 신경외과가 있는지 찾아봤다.
세 군데가 있었고, 다행스럽게 움직일 수 있을 상태는 되어서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병원에 가봤다.
주로 정형외과스러운 환자들이 많이 와서인지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를 함께 하는 곳이었는데
잠시 기다렸다가 진료실로 들어갔고, 의사와 얘길 했다.
아플 때마다 기록해 둔 덕분에 비교적 자세하게 얘길 했는데
편두통의 대부분은 오심 증상을 동반하는데, 내 경우는 오심이 없어서
목 디스크인가 하여 엑스레이를 찍어보기로.
목과 척추 쪽을 찍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일자목 증상이 좀 있었다.
(방사선사는 심하다고 얘길 했는데 의사는 이 정도야 뭐.... 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ㅎㅎ)
그런데, 두통을 동반할 정도로 일자목이 심한 상황이냐면 그런 것도 아닌데
편두통이라고 하기엔 오심 증상이 없고.
하여, 시험 삼아 처방으로 나오는 편두통약을 하루치(두 알!) 받았다.
먹고 두통이 가라앉으면 편두통, 가라앉지 않으면 일자목으로 인한 통증으로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일 다시 오세요, 라는 얘기도 들었다.
약 효과가 어떤지 얘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처방약을 받고 그 길로 바로 편의점에 가서 물을 사 약부터 먹었다.
여전히 오른쪽 머리는 남의 머리 같은 무게감이 있었고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좀 아찔했는데
볼일이 있어서 바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정말 신기한 게, 약 먹은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갑자기 머리가 가벼워지더란 말이지.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이었는데, 뭔가 머릿속에서 바위가 사라지는 느낌?
영화에서 보면 어두운 하늘에서 빛이 쫘아아악! 내려오는데 그게 오른쪽 관자놀이에서 일어나는 기분?
버스에서 내리며 일부러 고개를 좌우로 휙휙 돌려봤는데 어지러움도 없고 무거움도 없는 게
한순간에 컨디션이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약 좋네!!!
급 좋아진 컨디션으로 하루를 잘 보내고,
다시 아파지면 오후에 한 알 더 먹어요, 라고 약사가 말해줬던 다른 한 알은 주머니에 계속 넣어 둔 채로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오늘 아침 또 병원에 다녀왔다.
"편두통 맞네요. 드물게 오심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 경우인가 봐요."
라며 의사가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다가 통증이 오려고 하면 바로 먹으라고 편두통약을 조금 더 처방해 줬다.

약국에서 약을 받는데 약사가 다시 주의사항을 읊어줬다.
통증이 있다, 전조증상이 보인다 하면 바로 먹으라고, 그러면 정말 효과가 빨리 나타날 거라고 했다.
경향성 없이 갑작스럽게 편두통이 시작되는지라 앞으로는 저 약을 항상 들고 다녀야겠다.
기분 나쁜 통증을 가라앉혀줄 엘릭서를 얻었다는 게 한없이 기쁜데
또 한편으로는 코드가 있는 질병을 달고 사는 질환자가 됐다는 게 좀...
아, 약 받을 때 뽀로로 비타민C를 세 알이나 받았는데,
너어어어어어무! 맛있었다!
왜 이렇게 맛난 걸 애들만 먹지!? 어른들용 비타민C도 이렇게 만들어 달라!!!
편두통 귀신이 엘릭서를 보고 영영 안 오면 매우 기쁘겠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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