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도 있고 좋아하기도 해서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천직이라 생각했던 일에서는
사람에게 실망하고
그래서 그 길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
완전히.
하던 일은 원래 하고 싶어서 했던 분야가 아니기도 했거니와
회사 내부의 사정이라 자세히 얘기하긴 힘들지만
애초에 존경과 기대를 가지고 바라봤던 사람에게 너무 크게 실망하는 일이 생겨
퇴사를 하게 됐다.
재취업을 만만하게 여긴 건 아니다.
우선 내 나이가 큰 걸림돌이었고
했던 일이 워낙 좁은 업군이라 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하기엔 애매했으며
(사실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너무 광범위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저 이걸 잘합니다 하고 내놓으려니 딱 한 분야에서 경력입니다! 하기엔 조금씩 모자란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직/재취업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리고 있고
이력서를 열람한 회사들은 대부분 내가 전에 일했던 직군 쪽의 회사들이고
(아무래도 내가 이력서에 적은 특수한 자격증 때문인 것 같다.)
관심이 있는 회사는 내 이력서를 열람하기는커녕 아무도 뽑지 않고 마감을 시켰으면서
다시 그 직렬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공고를 올리고 있다.
타고난 성질도 있을 테고, 부모님의 교육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원래 남과 나를 비교하는 일은 잘 안 한다.
학교 다닐 때에도 선생님이 상담 때 너랑 비슷한 성적의 아무개는 이번 달에 몇 점이 올랐는데~ 등의 얘기를 해도
그게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자극이 되지 않아서
언제나 마이페이스 마이웨이였는데
요즘은 가끔 한탄 비슷한 게 나오곤 한다.
남들은 좀 더 쉽게 사는 것 같은데.
(사실 모른다, 『남들』로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남들은 지금 이 나이이면 다들 자리 잡고 잔잔한 삶을 살고 있던데.
(사실 잔잔한 삶이라는 게 있을까 싶긴 하지만!)
나는 어째서 이렇게 끈 끊어져 표류하는 부표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나이에도 걱정거리로 살고 있을까
하는 한탄, 푸념 등등의 소리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올 때가 있다.
치열하지 않았는가?
열심히 살지 않았는가?
아니다.
아닌데.
그렇게 살았나.
그래서 이렇게 지금까지도 인생 튜토리얼 모드인가.
난이도는 불맛은 고사하고 마라맛까지 아득하게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튜토리얼 같은 내 인생이다.
그 와중에
한의원에서 들을 법한 얘기를 병원에서 듣고 다니고 있다.
조직검사 결과를 비롯해서 모든 증세와 지표들이 그렇다면서
나는 염증이 엄청 잘 생기고 염증에 취약한 타입이니까
잘 먹고, 푹 자고, 즐거운 일을 하고
스트레스받는 일을 최대한 피하면서 살라는 얘기를 하신다.
일면식도 없는 선생님들인데
정형외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피부과 그리고 급기야 엊그제 내과에서까지 듣고 나니까
내가 뭔가 아주 크게 잘못 살아왔고,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어제 좀 덜 해서
아, 이제 기침이 좀 잦아들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새벽에 내 기침에 내가 깨서 잠을 설쳤더니
오늘은 정말 말도 못 하게 피곤하다.
그래서 그런지 온갖 잡생각이 들어서 낮동안 해야겠다 마음먹은 일을 제대로 하나도 하지 못하고
일기를 끄적이는 중이다.
집에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계속 일본어 번역 쪽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인데
AI한테 빠른 속도로 치이는 업계라서 일거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게
아직 업계에 발을 담그지 않은 내 눈에도 보이고 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걱정 없이 사는 사람 없다지만 솔직히, 많이 힘들다.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피곤하긴 하다.
조금 쉬어야겠다. 오늘이 절반이나 지났는데도 정신이 돌아오질 않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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